원격진료 제도 도입 본격화…보험산업 ‘새로운 패러다임’ 도래
원격진료 제도 도입 본격화…보험산업 ‘새로운 패러다임’ 도래
공보험 한계 보완하며 민영보험 성장 기회…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은 '숙제'
<편집자 주>정부 여당이 '원격진료 전면 도입'을 추진하며, 보험업계에 새로운 화두가 던져졌다. 야당 역시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내놓으면서 원격진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원격진료가 전면 도입될 경우 보험사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그리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보험매일>이 보험산업의 시각에서 원격진료가 가져올 변화와 해외 사례를 심층 분석해 봤다.◇원격진료, 보험업계의 '양날의 검'원격진료는 보험업계에 '새로운 먹거리' 창출의 기회인 동시에 '상품 구조 개편'이라는 과제를 안겨준다.먼저, 원격진료는 신상품 개발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비대면 진료와 연계된 건강관리 서비스, 원격 모니터링을 통한 질병 예방 프로그램 등이 결합된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혈압 환자가 원격으로 꾸준히 혈압을 관리하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 이는 보험사의 손해율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질병의 조기 발견과 예방을 통해 장기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헬스케어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보험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도 있다.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기존 보험 상품과의 충돌이 가장 큰 문제다. 원격진료 비용을 보장할 것인지, 지급 기준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기존 상품의 약관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오진'에 대한 책임 소재는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비대면 진료의 특성상 오진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책임 분담과 보험금 지급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보험업계의 발빠른 움직임... "선제적 대응이 관건"하지만 원격진료 도입이 가시화되면 보험업계의 발걸음은 빨라질 수 밖에 없다.현재 보험사들은 원격의료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헬스케어 플랫폼과의 제휴를 추진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건강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도 주요 전략 중 하나다. 고객의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이다.하지만 아직은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수가 체계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원격진료 수가와 보장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어야 그에 맞는 상품 개발과 사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미국·중국 등 해외 사례에서 답을 찾다원격진료가 이미 활성화된 해외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미국은 텔레닥, 앰웰 등 다양한 원격진료 플랫폼이 민영보험사와 협력하여 원격의료를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에 원격진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미국의 ‘머시 버추얼’과 사우디의 세계 최대 가상병원 사례는 원격 모니터링과 맞춤형 보장 모델이 보험과 연계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일본은 의료계의 신중론에 따라 원격진료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의료 접근성 문제와 고령화 사회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부터 '온라인 진료 지침'을 수립하며 원격진료를 제도화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초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등 원격진료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초기에는 만성질환자나 특정 지역 거주자로 한정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상황과 질병에 대해 원격진료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중국은 핑안 굿닥터와 같은 인터넷 병원이 등장하며 원격진료뿐만 아니라 의약품 배송, 건강 상담 등 '원스톱'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보험사와 연계하여 고객들에게 편리하고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호주 역시 국민건강보험(MBS)에 300여 개 원격진료 항목을 포함해 정규 보장을 실시 중이며, 프랑스는 질환 제한 없는 급여화를 이미 완료했다. 이러한 해외 사례를 통해 원격진료는 단순한 의료 서비스의 변화를 넘어 보험, 헬스케어, ICT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료계는 제도 확대에 따른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우려하지만, 디지털 헬스 전문가들은 농어촌 등 취약지역 접근성 개선과 만성질환 관리 효율화, 병원 혼잡도 완화 등 긍정적 효과를 강조한다.결국 원격진료 제도화는 우리 보험산업에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의료 안전성 확보라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민간보험이 새로운 보장시장 창출의 주체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 역시 커지고 있다. 향후 과제는 정부·의료계·보험업계가 협력해 책임 중심의 제도 설계와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을 이뤄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