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손보 불문 출시 잇달아…상품 경쟁력 약화 지적
보험업계의 경쟁이 건강보험 주력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중입자 담보가 우후죽순처럼 출시되고 있다.
미래 수요를 선점하고 상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목적이지만, 일각에서는 벤치마킹이 보험업계의 관행으로 자리 잡은 점을 지적한다.
◇ ‘중입자 치료’ 시장 인기 끌자 연이어 출시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이달부터 ‘한화 QST 중입자 1억 플랜’이 담긴 특약을 주요 상품에 탑재해 판매한다.
지난 4월 삼성생명이 업계 최초로 출시한 이후 흥국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중입자 치료는 방사선치료의 하나로, 탄소 등 무거운 원자를 이용해 종양(암세포)만을 파괴하는 형태의 치료법이다.
난치암 생존율을 2배가량 높이는 데다 치료 횟수도 일반적인 방사선이나 양성자 치료(평균 30회)와 비교하면 12회 정도로 짧다는 장점이 특징이다.
다만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6,000만원~7,000만원의 높은 치료 비용이 단점으로 꼽혔다.
이같이 생·손보 업권 불문하고 중입자 치료비 담보에 주목하는 이유도 미래 수요를 노리면서다.
치료 효과가 좋지만 비용이 비싸다는 점에 주목해, 미리 고객을 선점하고 상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목적인 셈이다.
앞서 삼성생명은 야심작 ‘더라이트보험’에 경쟁력을 더하기 위한 목적으로 항암 중입자 방사선 치료 특약을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출시한 바 있다.
실제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출시 1주 만에 매출 10억6,000만원(입금 계약 건 기준)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매출 중 해당 특약에 대한 부가계약은 4억2,000만원으로 40% 수준에 달한다. 부가계약은 추가적인 보장을 받기 위해 주계약에 추가로 붙이는 선택형 계약으로, 가입자 40%가 중입자 특약을 넣은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상품의 차별성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입자는 어떤 내용에 보장, 금액마저 최소 5,000만원에서 최대 1억2,000만원으로 유사한 만큼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초반에는 신선했으나 너도나도 출시하면 차별성이 사라져, 이는 경쟁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과열 경쟁이 본격화하면 보장에 대한 제대로 된 안내 없이 마케팅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중입자 치료는 현재 국내 세브란스병원에서 유일하게 시행 중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장비와 설비를 갖추는 데 많이 비용이 들어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정도가 중입자가속기 도입을 확정한 상황이다.
또 지난 2023년 중입자가속기 최초 도입 이후 전립선암을 우선으로 치료를 시작했고, 아직 췌장암·간암·폐암 등이 치료 대상 암종이다.
판매 과정에서 이같은 상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에서 벤치마킹은 관행처럼 자리 잡긴 했지만, 결국 차별화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항상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명무실 배타적사용권 제도 보완 나서
이와 함께 보험업계의 특허로 취급되는 배타적사용권의 의미도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보험개혁회의에서 6~18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현행 배타적사용권 기간은 최소 3개월, 최대 12개월이지만 약 93%는 3~6개월로 부여되고 있다.
이에 보장받을 수 있는 기간이 대부분 짧은 만큼 타사 상품 모방 전략으로 보장 한도만 조정하는 경쟁이 일어난다고 지적됐다.
